라 쿠후아 후쓰 지구, 리옹

La Croix-Rousse, Lyon

 

도시 뚜벅이들의 종착지
la destination des marcheurs citadins.

Lyon의 La Croix-Rousse 지구는 젊은 리오네(Lyonnais) 문화가 탄생하는 곳이다. 역사적으로 16세기부터 방직으로 유명했던 리옹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지금은 수많은 예술가들이 이곳에서 창작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가파른 언덕에 계단식으로 이어진 층이 높은 오래된 건물 사이사이로 각종 다양한 커뮤니티의 아지트, 바, 빈티지 가게, 공연장 등 크고 작은 공간들이 숨어 있다. 오르막길을 오르다 보면 군데군데 멋진 카페와 맛있는 빵집을 만날 수 있다. 숨을 고르며 뒤로 보이는 리옹의 모습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기에 정말 좋다.

 

La Croix-Rousse의 계단식 건물들은 정말로 미로 같다. 나는 이 구역을 리옹의 구룡성채(홍콩의 오래된 아파트 단지)라고 부르곤 했다. 여기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게 말이 안 될 정도로 낡고 오래된 건물이 많다. 얽히고설킨 건물들에서는 조망권이 매우 희귀하다. 계단을 오르내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마주치게 되는 이웃들의 삶은 아마도 이 구역이 가진 매력 중 하나일 것이다.

 

 

사실 내가 학생으로 있었던 2012년에는 이런 낭만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두렵고 막막한 도시에서 떠듬떠듬 불어를 배우던, 갓 어른이 된 난 돈도 미래도 없는 외톨이었다. 어쩌다 이곳에서 만나 친하게된 친구들은 프랑스인이 아니라 비슷한 처지의 스페니쉬들이었는데 그들과 어울리다보니 터득한 묘한 엑센트의 엉터리 프랑스어를 구사하곤 했었다. 

막막한 마음과 들뜬 마음은 정말 종이 한 장 차이였고 불안이 엄습해 올때마다 정차 없이 이 젊은 도시를 걷고 걸었다. La Croix-Rousse는 걷고 걷다보면 발길이 닿게되는, 종점역같은 곳이다.

단품으로 4유로 하던 파키스탄식의 치즈-난 케밥은 10년 사이에 두 배가 넘게 오르고 월세도 두 배가 되어 많은 가난한 젊은이들이 떠났다. 또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 이 곳에와 정착을 하면서 예전의 그 모습이 사라진듯하여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언덕에서 바라보던 그 멋진 풍경은 여전히 멋지다.